아가야.
너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한단다. 우리 아기고양이 메리가 창문 틈새로 나가버린지 딱 삼일 후였지. 메리가 없어진 걸 알아차리고선 사흘간 4시간을 잔 남편이 발버둥 치는 아기고양이를 붙잡고 우는 동안, 내 눈은 네게 가 있었다. 굳은 얼굴에 처음엔 어색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있으니 알 것 같더구나. 너는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어. 메리를 지키려고. 혹여나 우리가 메리의 진짜 주인이 아닌 건 아닐까. 일부러 메리를 내쫓은 건 아닐까. 어린아이가 경계심을 가지는 건 경험해봤다는 뜻이지. 네 보호자가 스즈키 씨인걸 알고 대충 감은 잡히더구나. 자선가로 유명한 좋은 분이지. 남편이 네게 고맙다고 악수를 청했을 때, 처음으로 너는 옅게 웃어 보였다. 결혼도 입양도 하기 싫다, 자식만 낳겠다던 내 인생 계획은, 자식은 안 낳고 결혼과 입양을 하는 쪽으로 흘렀다. 비어있던 2층 방을 조금은 들뜬 채로 정리하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단다.
젊은 네가 지금보다도 어렸을 때, 너는 자주 싸움을 하고 다녔지. 누굴 닮아선지 싸움을 아주 잘했어. 폭력을 싫어하는 그이는 네가 다치거나 누군갈 다치게 할까 봐 걱정스러워했지만 나는 너를 믿었다. 너와 싸운 아이의 부모에게서 오는 전화보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연락이 훨씬 많았기에.
고등학생의 네가 내게 안부 전화를 줬을 때, 사실 자신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지도 모른다며, 그 아이에게 미움받아버렸다고 울상 지었던 일이 있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를 깊이 이해하는 모두가 그렇게 말할 거라 확신할 수 있어. 너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단다. 너는 히어로야.
젊은 날의 즐거움이 이리 돌아올 줄은 알았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두고 먼저 떠나게 되어 미안하구나. 그러나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는 삶이었다.
내가 가는 마지막 순간에, 언제나처럼 나를 어머니라 불러주었던 것을 기억한단다. 가볍게 미소지을 생각이었지만 네 따뜻한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버렸지. 고이는 것은 본 적 있단다. 이미 울고 난 후에 부은 눈으로 입장했던 네 결혼식도 생생해. 그렇지만 우리 부부가 네 눈물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일 게다. 기쁘게도, 죽기 직전의 사람도 눈물이 남아있더구나. 그이가 내 눈물은 잘 닦아주었니? 그이가 네 눈물은 잘 닦아주었니?
사랑한다, 아가.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땐, 부디 웃으며 만나도록 해보자.
추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또 운다면 그것 그것대로 기쁠 거란다. 어리광 부려도 괜찮아. 부모자식 관계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