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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천] 이해

신도림

by myeolsi 2020. 8. 1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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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버스: 소울메이트가 다칠 때마다 똑같은 위치에 같은 모양의 상처와 흉터가 자기 몸에도 생기는 AU. 소울메이트가 죽으면 몸에 생겼던 모든 상처와 흉터가 사라짐으로서 알 수 있다.

+본 글에선 소울메이트=반려이며, 다칠 때 반려와의 거리의 따라 상처/흉터가 남는 정도가 정해지고 고통을 공유한다는 설정을 넣었습니다. 고통의 강도도 거리에 비례합니다.
+원작 25~45화의 내용을 차용/날조했습니다.
+「[신도림 전력]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의 한 장면에서 파생되었으나, 읽지 않으셔도 흐름을 파악하시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방독면을 벗자 고여 있던 피가 철퍽 세면대를 칠했다. 거울 속 자신의 볼이 길게 찢어져 있었다. 착잡한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

천둥이었다. 천둥이 제 반려였다.

지상에 올라가면 때때로 이유 없는 통증이 느껴지기에 주변에 있겠거니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것을, 현상금 사냥꾼의 뺨을 훑고 지나간 총알이 일깨워준다. 살이 벌어지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굳은 입가로 선혈이 기어 내려왔다. 쉬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다가서는데 손을 피해 물러난다. 아차 싶어 팔을 거뒀다. 보는 눈이 없지 않았다. 그대로 돌아가 버리는 뒷모습을 가만 바라봤다. 저걸… 다문 틈새로 흘러들어온 피를 삼켰다. 그 자리에선 판단이 서지 않아 신도림으로 발걸음을 돌린 참이었다. 조금씩 말라붙기 시작한 피를 닦아내곤 구급상자를 열었다. 알린다면, 알려진다면 천둥은 제 약점이 될 터였다. 면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다. 어차피 노출하는 부위는 없다시피 한데다 자신이 다칠 일이 흔하진 않을 테니,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가끔 다쳐 오는 천둥을 떠올렸다. 약해 빠진 녀석이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니, 차라리 아주 약한 놈이 반려여서 일찍 뒈져버렸으면 편했을 텐데. 왜 하필… 주변에 튄 피를 물로 쓸며 한숨을 내쉬었다.



*

“윽.”
“뭐야. 왜 그래?”
“몰라. 뭐지?”

온몸이 따끔거렸다. 얇은 선이 무수히 그어진 느낌이었다. 이리저리 내려다보다 설마, 하고 미간을 좁혔다.

“야, 너네 반려 만난 적 있냐?”
“아니.”
“아니.”
“쓸모없는 놈들…”
“뭐?!”
“이 새끼가!”

양옆에서 왁왁 소리를 질러 대는데 생각에 빠진 건지 천둥은 말이 없었다. 의아해서 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국경 나이 막론하고 맺어지는데 만나는 게 더 신기한 거 아닌가? 게다가 지금은…”

이미 많이 죽어서. 뒷말을 삼켰다. 럭키가 심드렁하게 대화를 이었다.

“왜, 어디 상처라도 생겼냐?”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진수와 시선을 교환했다. 진짜로?

“야…”
“기분 탓이겠지 뭐!”

경박하게 웃는다. 그 정도로 속을 바보는 아니었다. 홱 웃옷을 잡아 까서 등을 살폈다. 약속한 듯 진수도 고개를 드밀었다.

“야! 뭐해!”
“아무것도 없는데. 그쪽은?”
”여기도 딱히. 아주 가까이 있진 않은 모양인데.”
“아닐 거라고!”

옷을 채 내린다. 씩씩대는 천둥에게 양 손바닥을 들이밀며 진정시켰다.

“가까이 있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고.”
“누가 몰라?”

이를 내보이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뒤돌아 앞장서 걷는다.

“진짜 반려 때문이라고 해도 상처도 안 남을 정도로 멀리 있는데 무슨 수로 찾게? 그냥 싸우다 다쳤겠거니, 해.”

싸우다 다쳤다, 라. 진수는 점보 어깨에 매어진 현상 수배범을 일별하곤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굳이 더 대꾸하지 않았다. 당장 찾아내기엔 가진 정보가 적었다. 조용한 폐허 속에서 럭키와 천둥의 말다툼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전심전력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를 비웃는다. 웬일로 방독면까지 벗고 있는 땡전의 이마에 혈관이 불거졌다. 받은 시비는 무조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받는 놈이라, 곧바로 한 판 할 것이냐 으르릉대지만 유연하게 빠져나간다. 상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도 못다 나온 웃음이 새어나갔다.

남 성질 돋우는데 도가 튼 새끼였다. 이 거리에서 패면 제 몸에도 타격이 올 터였고, 부들대며 참아낸다. 그러고 보니 꼭 필요한 놈이 없었다.

“점보는?”

그러자 곤란한 웃음으로 바뀐다. 이 미친놈이 진짜. 점보가 있어도 타이거 디를 저지할 수 있을까 말까인데, 제 속도 모르고 지들끼리 좋아라 웃는다. 빡쳐서 그래 죽어라 보내주었다. 믿는 구석이랄 것이 아예 없지도 않았으니. 패배하고도 멀쩡히 붙어 있는 제 숨. 의문을 마저 풀 겸 신도림으로 발을 돌렸다.

*

가히 지상최강이라 불릴만한 속도였다. 바싹 긴장한 피부가 진짜 강자라고 경고를 보낸다. 싸움의 흐름을 읽으려 눈이 분주하지만, 몸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예리한 칼날이 오체를 갈랐다. 그 고통이 어딘지 익숙해 눈을 찌푸렸다. 곁을 스쳐 지나가는 적을 수정과 향이 뒤쫓는다. 이 때문에 그리 느꼈나? 잡념을 물리고 덤벼든다.

녀석과 싸웠던 놈 하나를 불러다 이야기를 듣자, 추측이 확신이 된다. 그래. 녀석들은 살아남는다는 거지. 가슴 한편에 있던 짐을 내려놓자마자 즉시 호승심이 들끓는다. 밟아 죽여주마.



*

담배를 고쳐 물었다. 발아래서 부서진 갈비뼈가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황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흘낏 나자빠진 늙은이를 봤다-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잘 가라 인사를 남기곤 살인하려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제 발은 호랑이의 몸뚱이를 우그러뜨리지 못했다.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쳐 낸 대신 죽 밀려난다. 곧 귀에 익은 목소리가 저를 부르곤, 걱정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을 건넨다. 인생 꼬이게 하는 데도 도가 튼 새끼였군. 제 반려를 바라봤다.

전투로 양껏 날카로워진 신경이 날이 선 말을 내뱉는다. 상대도 질세라 이를 드러낸다. 평소라면 하지도 않을 설득도 해보지만, 넘어올 천둥이 아니었다. 양측 모두 물러날 생각이 없으니 답은 자연스레 하나로 귀결된다. 배트와 구두가 맞부딪쳤다.


오룡의 작물재배단지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욱신거렸다. 한숨이 푹푹 나왔다. 아니어라, 아니어라… 그리 되뇌며 왔건만 점보의 투구에 밀려난 놈의 상태를 보고 차마 관철해내지 못한다.
마치 아픔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저게 아파서 제가 아팠고, 제게 전해져 오는 고통을 저놈도 겪고 있었다. 그 오묘한 감정을, 부정적인 것을 나누고 있다는, 오롯이 서로만이 느낄 수 있는 통증을. 황홀과 번민의 파랑이 몰려왔지만, 끊어낸다. 살려야 할 녀석이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웃어 보였다. 져라. 오늘은 져줘야겠다.

매서운 속도로 날아간 구가 땡전의 늑골에 맞는다. 천둥의 옆구리도 욱신거렸다. 그만하자 구슬리는데 제가 안 들었듯 잡부 놈도 말을 들어 먹질 않았다. 아예 자켓을 벗어버리는 꼴을 보곤 끝을 보자는 걸까 침을 삼켰다. 하나는 육체였고 하나는 둔기였다. 여튼간 패 죽이는 꼴이 될 텐데, 그런 방법으론 서로를 아주 해칠 수 없었다. 누구의 숨이 먼저 끊어질까 도박하는 셈이었다. 시비가 아니라 부탁이라 굽히고 들어간다. 받아 처먹질 않았다. 이전의 싸움으로 이미 지친 주제에 버티긴 왜 버티는지, 답답해서 속으로 욕지거리를 짓씹곤 점보에게 싸인을 보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면 알아챘겠지. 숨길 마음 없이 합을 나누자 즐거움이 불필요한 생각을 눌렀다. 강했다. 차면 제 몸도 아팠지만 그건 저 자식도 마찬가지였다. 반려든 뭐든,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세상 일반은 광기라 부르는 것이 입꼬리를 잡아당겼다. 천둥도 자신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갑갑할 정도로 올곧은 눈이 저만을 향한다. 그래, 싸움. 어떤 대화, 어떤 이해. 강철 벽에 처박혀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한참을 서로 폭력에 몸을 맡기다, 천둥은 생각했다. 이 질긴 연을 끊어낼 방법이 저에겐 없었다. 땡전은 생각했다. 저는 할 수 있다. 그 오만함을 알고 있기에, 천둥은 이를 사리물고 버텨냈다.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을 자신이 아니었다. 제가 가진 패는 이게 끝이 아닌지라 숨통이 막힐 정도로 걷어차이면서도 속으로 비웃는다. 친구도 없는 놈.

강철 벽에 처박혀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비틀대며 일어선다. 저처럼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천둥을 무거워지기 시작한 눈꺼풀을 들어 바라봤다. 느껴지는 건지 전해지는 건지, 당최 누구의 통증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는… 살기 없는 타격과 동시에 욕을 내뱉곤 까무러쳤다.

전해지는 고통에 헉 숨을 들이켠다. 대비하고 있었음에도 눈앞이 아찔했다. 가물거리는 시야에 땡전이, 반려가 쓰러져 있었다. 후 숨을 내쉰다. 무식한 놈. 이런 새끼가 반려라니… 눈앞이 다 캄캄하네. 짐승보다 못한 것의 심장을 가지러 가는 타이거 디에게 제안했다. 네 선택을 따르겠다 일렀지만 이리하겠거니 예상이 돼서, 마디마디가 저리는 몸을 비틀어 땡전을 내려다봤다. 하나의 감각을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자신의 시선에 담긴 것까지 이 잡부가 이해하는 날이 올까 싶었다.

그래도 살려준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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