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전력] 감기
기침이 이어졌다. 잠잠해지나 싶으면 다시 들려온다. 인스턴트 죽을 덥히던 점보가 걱정스레 돌아봤다. 이불이라 부르기도 뭣한 천 조각 사이에 색색 숨만 내쉬는 천둥이 늘어져 있었다. 이 겨울에 바다에 빠졌으니 멀쩡한 게 더 이상했지만… 차가운 기계 팔을 뻗어 이마에 대주자 아주, 아주 작게 미소한다. 그 상냥함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열이 올라 희미한 의식의 경계에서, 행복한 기억에 취해 있었다. 티 없이 빛나던 시절이, 지상이 무너지기 전의 유년이 지나간다. 구름처럼 흘러갔다. 분명 지옥에서보다 더 긴 날을 보냈음에도 가물거렸다. 묻었었나? 그래, 처음 피로 배트를 적신 날에 묻었어. 퍼즐 조각을 찾은 듯 기뻐진다.
익어가는지 뜨거운 눈을 떴다. 어두웠다. 몸 반쪽을 덮던 요를 걷어냈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이 간지럽고 서늘했다. 팔꿈치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자 지탱하는 팔이 부들거렸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다 다시 몸을 뉘었다. 물을 찾을 기운이 없었다. 잡념이 떠올랐다.
만물은 돌고 돈다던데, 남겨두고 온 너희도 잘게 흩어졌을까. 덜덜 떨며 비틀어 짜냈던 바닷물 속에도, 마지막 숨을 내쉬던 녀석의 폐에도 너희가 있었으려나.
몸을 웅크려서 울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지. 따뜻한 불길에 휩싸일 기회조차 빼앗았으니, 가루가 되긴 아직 이를지도 몰랐다. 숲에 잠든 백골을 상상하다 그만두었다. 자해도 그런 자해가 없었다. 콧등이 시큰거렸다.
큰 손이 등에 닿았다. 놀라지 않도록 조심히 다가온 게 퍽 다정해 눈매가 휜다. 일어나 앉도록 도와준 점보가 죽과 물을 건넸다. 목을 축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속이 뜨거웠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자 간편식을 들고 기다리는 점보와 눈이 마주친다. 배고플 텐데 기다리긴. 그러나 열린 입에서 나온 말은 식사 권유가 아니었다. 어라 싶었지만 바꿀 힘도 없었다.
“괜찮아.”
느리게 깜빡였다.
“그냥 감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