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땡천] 조각글

myeolsi 2020. 7. 23. 16:25

천둥이 신도림에 잡힌 후



2주 정도 파견을 나갔다가 신도림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개인 사무실에서 숨을 돌리려는데, 총리님의 호출이 들어온다. 수감실이나 가보려고 했던 예정을 비틀어 총리 집무관으로 향했다. 노크를 하려는데 잘 벼려진 감각이 경고를 보냈다. 신도림에서 왜? 괜시리 꺼려져 손을 물렸다가, 미간을 좁히곤 도로 들어 올려 똑똑 소리를 냈다.


익숙한 내부로 들어서니 감옥에 있어야 할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일은 다 이어져 있다더니 결국 만나게 됐다. 반가움보단 기묘함이 앞선다. 천둥은 의자에 앉은 총리님의 곁에, 그러니까,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어떻게 저 녀석이 부동자세로 서 있을 수가 있지?

얼굴을 굳히고 총리실 문을 닫았다. 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었다. 안부 인사와 짧은 보고를 나눈 후 아까부터 자신의 옆을 힐끔대는 땡전을 위해 총리가 입을 열었다. 미끼를 물면 낚시꾼은 기쁜 법이라, 명백히 재미있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와봐."

창문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천둥이 은은한 도시 불빛 안으로 발을 뗐다. 잠시 숨이 멎는다. 크게 꿰맨 자국이 소년의 얼굴을 종단하고 있었다. 텅 빈 눈에선 아무것도 전해져오지 않았다. 욕지기가 났다. 한참 둘의 시선이 얽히는 것을 즐겁게 구경하던 총리가 입을 열었다.

"새로운 전력이야. 꽤 강한데, 안정적이질 않아서 제어장치가 필요하거든."

의자를 돌려 슥 자리에서 일어난다. 천둥의 시선이 느릿하게 총리를 향했다. 착잡함을 삼키고 땡전도 총리를 쳐다봤다.

"사실 네가 돌아오기 전에 장관들이랑도 얘기를 해봤는데... 다들 꺼리더라고. 가끔 빼고는 얌전한데 말이지."

방독면 너머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이대로 가면 가장 반응이 없던 종이가 맡게 될 텐데, 어떻게 생각하지?"

그야 이종이도 복잡했을 테니까. 눈엣가시가 사라졌나 싶었더니 몸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셈이었다. 그런데 의사는 몸에 좋으니 그대로 두란다. 그 녀석 성격에 어째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겠지. 이종이와 함께 둔다면 몇 달도 안 돼서 시체조차 남지 않을 터였다. 이를 사리문다.

"제가... 맡겠습니다."

총리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허락했다. 손을 들어 땡전을 가리킨다.

"앞으론 저자의 명령을 들어."

고개를 끄덕인 천둥이 땡전의 곁을 지나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어깨 너머로 일별하곤 다시 총리님과 마주했다.

"그 녀석, 적어도 달에 한번은 약을 투여받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게 되거든."

의문을 담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런 제약이 있는 것들이었나? 총리가 고개를 까딱였다.

"땡전 네가 신도림에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오게 된다는 거지."

침묵은 계속됐다. 그러나 점차 묵직한 심장 소리가 땡전의 귀를 메워갔다.

'널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총리님이 하셨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럼 천둥을. 그걸 위해서. 나 때문에... 고개가 떨궈진다. 총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나가봐도 돼. 굳이 챙길 필욘 없을 거야. 팔다리가 잘려도 네게 돌아가려 할 테니까."

딱 맞는 족쇄를 찾아줄 수 있어서 기쁘군.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